영화

[영화] 엄마인/엄마 아닌 윤희에게 (임대형, <윤희에게>)

chui 2022. 7. 26. 12:55

 

 영화를 보기 전에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의 성평등 영화 특집-혹은 윤희에게-혹은 김희애 편을 봤다. 거기서 김희애라는 배우가 <윤희에게>와 같은 소규모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것에 대해 묻자, 김희애 배우는 "이 나이 정도 되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대답하셨다. 한국의 '톱 여배우'가 한 그 말이, 어찌나 우리 영화계의 생태계를 잘 보여주는가. 퀴어나 레즈비언까지 갈 것도 없다. 지금 여기에는 중년 여성의 서사가 없다. 아니 또 거기까지도 갈 것도 없다. 마초 아닌 것의 이야기가 없다. 라고도 감히 말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중년 레즈비언 여성인) 윤희와 준의 이야기를 끌고 당겨 주는 것이 윤희의 딸 새봄과 준의 고모 마사코라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영화의 배경은 눈이 내리는 겨울 오타루(눈이 언제 그치려나- 라는 물음이 무의미한 곳- 이지만 마사코는 자꾸 그 물음을 되뇌인다), 그러나 또 딸의 이름은 새봄이다. 마사코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아기자기한 찻집을 운영하는데, 웃는 양이 무척 방글방글하다. 새봄과 그의 남자친구는 찐으로 십대 같아서 보는 내내 부담스럽지 않고 엄청 사랑스러웠다.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이는 자연스러우려고 노력할수록 어색하기만 하던데.

 

 윤희와 새봄이 빚지지 않는 관계라 좋았다. 수많은 모녀들처럼, 서로에 대한 책임감 내지는 죄책감에 의해 굴러가는 사이가 아니라서, 동정하며 사랑하는 뒤틀린 관계가 아니라서. 감독은 윤희의 인생을 "잘못된 단추"라고 말했지만 최소한 윤희에게 새봄은 잘못 꿴 단추, 혹은 지우고 싶은 흉터 따위가 아니다. 새봄은 윤희에게 "오전엔 각자 시간 보내자. 오후에만 만나.", 혹은 "엄마 이제 나 때문에 안 살아도 돼. 엄마 위해서 살아."라고 말할 줄 아는 괜찮은 여행 메이트다. 이토록 건강한 모녀 관계라니, 내겐 평생 없을 것만 같아 사뭇 질투가 났지만 그게 시기는 아니었다. 윤희가 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새봄은 그런 엄마를 필름카메라로 담으며 예쁘다, 고 말했던가?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

 

 감독이 관객을 고려해 영화의 템포를 늦추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 활기는 상당 부분 새봄 덕이라고 생각했다. 김희애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소혜 배우가 특히 대단했다. 음 또 삽입곡에는 김해원이 참여했다고 한다. 김사월과 종종 협업을 해서 알고 있는 가수다. '설원'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감독 왈 이미지를 덜어내는 대신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고 하니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면 좋겠다. 

 

다 끝난 줄 알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을 때쯤, 윤희에게 와르르 무너졌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단 한 글자도 빼고 더할 것 없이, 화면의 암전 전환까지 완벽했다.

 

여행을 가고 싶다. 눈이 내리는 일본으로.

 

‘이게 내가 해도 되는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은 모든 감독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내가 어디 멀리 있는 외계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야만 할까 싶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얼마간 이중적인 태도가 필요했다. 내 한계점을 명확히 인지하려고도 했다. 기꺼이 오해받고 의심받고, 또 스스로도 그렇게 살피면서 한땀 한땀 만들고 싶었다.
임대형 감독 씨네21 인터뷰

 

마지막으로, "기꺼이 오해받고 의심받고, 또 스스로도 그렇게 살피면서" <윤희에게>를 만들어준 임대형 감독에게 박수갈채!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 오타루에서 윤희가 코트를 입은 이유는

<윤희에게>는 10대의 끝무렵, 여자들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했던 두 소녀가 20여년이 훌쩍 지나 재회하는 이야기다. 윤희(김희애)와 준(나카무라 유코)의 유예된 사랑과 상처는, 이제 윤희의 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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